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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모음

역대 수능 필적확인문구 모음 원본 시

by hanu4 2025.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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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수능 필적확인문구 모음 원본 시

수능 시험지를 받아들 때 맨 처음 마주하는 문장은 ‘필적확인문구’입니다. 단순한 문구 같지만, 수험생에게는 시험의 긴장을 잠시 누그러뜨리는 ‘한 줄의 시’가 되기도 합니다. 2006학년도부터 지금까지의 수능 필적확인문구는 한국 대표 시인들의 시 구절에서 발췌되어, 매년 새로운 의미로 학생들에게 전해져 왔습니다.

역대 수능 필적확인문구 모음

각 역대 수능 필적확인문구는 그 시대의 정서, 교육철학, 그리고 수험생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06학년도부터 2025학년도까지의 역대 수능 필적확인문구와 그 출처 시를 함께 살펴보고, 시마다 짧은 해설과 감상평, 그리고 시인들의 간단한 프로필을 정리했습니다.


2006학년도 윤동주 「서시」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윤동주는 일제강점기 가장 사랑받는 시인 중 하나로, 순수하고 진실된 내면을 시로 표현했습니다. 「서시」는 그의 대표작으로, 양심과 인간의 도리를 지키려는 시인의 고뇌를 담고 있습니다.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감상평: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은 양심에 따라 살겠다는 다짐이자, 수험생에게 정직함과 성실함을 요구하는 문구입니다. 인생의 출발점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시입니다.
시인 프로필:

  • 이름: 윤동주(1917~1945)
  • 출생: 중국 만주(길림성)
  • 대표작: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2007학년도 정지용 「향수」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정지용은 한국 현대시의 서정미를 극대화한 시인입니다. 「향수」는 고향의 이미지를 통해 잃어버린 순수함을 노래합니다.

2017학년도 수능 필적확인문구에 인용

감상평: 수험생에게 ‘넓은 벌 동쪽 끝’은 고향과 추억의 공간이자, 미래의 방향을 상징합니다. 낯선 시험장에서 고향의 따뜻함을 떠올리게 하는 정서적 문구입니다.
시인 프로필:

  • 이름: 정지용(1902~1950)
  • 출생: 충북 옥천
  • 대표작: 향수, 유리창, 고향

2008학년도 윤동주 「소년」 ―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

이 문장은 젊음의 순수와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소년' /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씻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감상평: ‘손금에 흐르는 강물’은 자신 안의 가능성과 희망을 뜻합니다. 인생의 첫 물줄기를 만드는 수험생에게 흐름의 시작을 알리는 시구입니다.


2009학년도 윤동주 「별 헤는 밤」 ―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별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 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엄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감상평: 수험생에게 ‘별빛’은 꿈이며 ‘언덕’은 노력의 상징입니다. 어두운 새벽에도 빛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격려의 말입니다.


2010학년도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유안진의 시는 여성적 감수성과 관계의 따뜻함을 담습니다.

'지란지교를 꿈꾸며' / 유안진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하략 ...

원본 글이 길어서, txt 파일로 제공합니다.

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txt
0.01MB

감상평: 시험이라는 경쟁의 자리에서 ‘조용하고 은근한 강물’은 성숙한 품성을 강조합니다. 겸손함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잃지 않는 자세를 권합니다.

시인 프로필:

  • 이름: 유안진(1941~)
  • 대표작: 지란지교를 꿈꾸며, 아름다운 사람

2011학년도 정채봉 「첫마음」 ―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첫마음 /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날의 첫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내 일생이었지> (현대문학, 2000) ㄴ

감상평: 수험생에게 학문은 단순한 공부가 아닌 ‘깊어지고 넓어지는’ 과정임을 일깨웁니다. 하루하루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는 삶의 태도를 전하는 시입니다.

시인 프로필:

  • 이름: 정채봉(1946~1998)
  • 대표작: 첫마음, 가시나무새

2012학년도 황동규 「즐거운 편지」 ―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이 시는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명시로, 인간적인 진심이 느껴집니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감상평: ‘진실로 사랑한다’는 표현은 인생의 관계뿐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길과 학문에 대한 헌신을 의미합니다. 수험생에게 자기 믿음과 열정을 되새기게 합니다.

시인 프로필:

  • 이름: 황동규(1938~)
  • 대표작: 즐거운 편지, 풍장

2013학년도 정한모 「가을에」 ―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며

'가을에' / 정한모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오늘이
마침낸 전설 속에 묻혀 버리는
해저(海底) 같은 그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 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한 추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의 기억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감상평: 가을 햇살처럼 투명하고 따뜻한 시구입니다. 노력의 결실을 맺는 시기인 가을의 이미지와 수능 시즌의 시기적 상징이 맞닿아 있습니다.


2014학년도 박정만 「작은연가」 ―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작은 연가' / 박정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가 천 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 질 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流水)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 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

감상평: 불빛은 희망의 은유입니다. 어둠 속에서도 마음의 등불을 켜는 수험생들에게 주는 시인의 격려가 느껴집니다.


2015학년도 문태준 「돌의 배」 ―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

'돌의 배' / 문태준

강가에 가 둥글둥글한 돌을 보네
물의 큰 알들
살찐 보름들
강가에 가 돌의 배를 만져보네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
세월은 흘렀으나
배가 아프면
이런 욱욱한 돌로
배를 분지르던 날이 있었네

감상평: 부드러움 속의 단단함을 노래한 시입니다. 돌의 배처럼, 단단한 의지로 햇살을 담는 포근한 마음이 인상적입니다.


2016학년도 주요한 「청년이여 노래하라」 ―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

'청년들이여 노래하라' / 주요한

지화자 저 산 위에 올라
하늘을 노래하자
영원한 푸름을 우러러
노래로 응답하자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
끝없는 자비함을
정성으로 노래하자

장고와 피리로 찬미하고
큰북과 나팔로써 화답하라
더 크고 더 높게 활개쳐 노래하며
발을 굴러 더 빠른 가락으로
장단을 맞추어라

누리와 무리에게 기쁨을 전하는
온갖 희망을 감싸는
푸르름을 노래하자, 지화자

하늘 닿는 소나무 그늘에
걸음을 가늠하라
바위를 누비는 개울소리에
생각을 키워라

지화자 지평선까지 뻗은
나락 이랑을 노래하자
심는 철의 푸르름과 거둘 무렵의
황금 물결을 찬양하자
망망한 바다와 거기 맞닿은 곡식들의
물결을 자칫 시큰거리는
눈동자를 까집어 노래부르자

붉은 댕기 춤추는 이랑의 마당 위에
몰리고 헤지는
참새무리와 함께
제 마음에 선동하여라

왼편과 바른편, 병풍모양 감싸고 섰는
높낮은 산맥을 팔 벌려
감싸고 싶은 이 저녁
풍년을 내다보는 설레임으로
어깨춤을 추어보자

하늘 닿는 소나무 그늘에
걸음을 가늠하라
바위를 누비는 개울소리에
생각을 키워라

감상평: 청춘의 이상과 꿈을 담은 시로, ‘넓음과 깊음’은 단순한 지식이 아닌 인간의 품격을 의미합니다.

시인 프로필:

  • 이름: 주요한(1900~1979)
  • 대표작: 청년이여 노래하라, 희망의 노래

2017학년도 정지용 「향수」 ―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

'향수'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감상평: ‘흙’은 근원이며, ‘하늘빛’은 이상입니다. 현실에서 꿈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성장 서사를 보여줍니다.


2018학년도 김영랑 「바다로 가자」 ―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바다로 가자' - 김영랑

바다로 가자 큰 바다로 가자
우리 인젠 큰 하늘과 넓은 바다를 마음대로 가졌노라
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이라
바다 하늘 모두 다 가졌노라
옳다 그리하여 가슴이 뻐근치야
우리 모두 다 가자꾸나 큰 바다로 가자꾸나

우리는 바다 없이 살았지야 숨막히고 살았지야
그리하여 쪼여들고 울고불고 하였지야
바다 없는 항구 속에 사로잡힌 몸은
살이 터져나고 뼈 튀겨나고 넋이 흩어지고
하마터면 아주 꺼꾸러져버릴 것을
오! 바다가 터지도다 큰 바다가 터지도다

쪽배 타면 제주야 가고오고
獨木船 倭섬이사 갔다왔지
허나 그게 바다러냐
건너뛰는 실개천이라
우리 삼년 걸려도 큰 배를 짓자꾸나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우리 큰 배 타고 떠나가자꾸나
창랑을 헤치고 태풍을 걷어차고
하늘과 맞닿는 저 수평선 뚫으리라
큰 호통 하고 떠나가자꾸나
바다 없는 항구에 사로잡힌 마음들아
툭 털고 일어서자 바닥 네 집이라

우리들 사슬 벗은 넋이로다 풀어놓인 겨레로다
기슴엔 잔뜩 별을 안으렴아
손에 잡히는 엄마별 아가별
머리엔 끄득 보배를 이고 오렴
별아래 좍 깔린 산호요 진주라
바다로 가자 우리 큰 바다로 가자

감상평: 이 시는 일제 강점기의 억압된 현실을 넘어 자유와 희망의 세계로 나아가자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수험생에게는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하는 메시지입니다.

시인 프로필:

  • 이름: 김영랑(1903~1950)
  •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바다로 가자

2019학년도 김남조 「편지」 ―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편지' -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감상평: 사랑을 통한 인간 본연의 감정이 느껴지는 시입니다. 수험생들에게는 자신을 믿고 응원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떠올리게 하는 따뜻한 문구입니다.

시인 프로필:

  • 이름: 김남조(1927~2023)
  • 대표작: 사랑은, 편지

2020학년도 박두진 「별밭에 누워」 ―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

'별밭에 누워' - 박두진

바람에 쓸려 가는 밤하늘 구름 사이
저렇게도 파릇한 별들의 뿌림이여
누워서 반듯이 바라보는
내 바로 가슴 내 바로 심장 바로 눈동자에 맞닿는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
그 삼빡이는 물기 어림
가만히 누워서 바라보려 하지만
무심하게 혼자 누워 바라만 보려 하지만
오래오래 잊어버렸던 어린 적의 옛날
소년쩍 그 먼 별들의 되살아옴이여
가만히 누워서 바라보고 있으면
글썽거려 가슴에 와 솟구치는 시름
외로움인지 서러움인지 분간 없는 시름
죽음일지 이별일지 알 수 없는 시름
쓸쓸함도 몸부림도 흐느낌도 채 아닌
가장 안의 다시 솟는 가슴 맑음이어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울고 싶음이어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소리지름이어

감상평: 별은 꿈, 초롱함은 순수함을 뜻합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수험생의 눈빛을 별에 비유한 듯 맑은 울림이 있습니다.

시인 프로필:

  • 이름: 박두진(1916~1998)
  • 대표작: 별밭에 누워, 해

2021학년도 나태주 「들길을 걸으며」 ―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들길을 걸으며' - 나태주

1
세상에 그대를 만난 건
내게 얼마나 행운이었나!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빛나는 세상이 됩니다
많고 많은 세상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이제는 내 가슴에 별이 된 사람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따뜻한 세상이 됩니다.

​2
어제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제 내 발에 밟힌 풀잎이
오늘 새롭게 일어나
바람에 떨고 있는 걸
나는 봅니다
나도 당신 발에 밟히면서
새로워지는 풀잎이면 합니다
당신 앞에 여리게 떠는
풀잎이면 합니다.​

감상평: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존재에 대한 감사의 시입니다. 수험생 각자에게 ‘그대 한 사람’처럼 자신만의 길이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시인 프로필:

  • 이름: 나태주(1945~)
  • 대표작: 풀꽃, 들길을 걸으며

2022학년도 이해인 「작은 노래2」 ―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작은 노래2' - 이해인

어느 날 비로소
큰 숲을 이루게 될 묘목들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갓 태어난 어린 새들

어른이 되기엔 아직도 먼
눈이 맑은 어린이
한 편의 시가 되기 위해
내 안에
민들레처럼 날아다니는
조그만 이야기들
더 높은 사랑에 이르기 위해선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조그만 슬픔과 괴로움

목표에 도달하기 전
완성되기 이전의 작은 것들은
늘 순수하고 겸허해서
마음이 끌리는 걸까

크지 않다는 이유만으로도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것들의
숨은 힘을 사랑하며
날마다 새롭게
착해지고 싶다

풀잎처럼 내 안에 흔들리는
조그만 생각들을 쓰다듬으며
욕심과 미움을 모르는
작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행복한 나라를 꿈꾸어본다.

작은 것을 아끼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보이지 않게 심어주신
나의 하나님을 생각한다
내게 처음으로 작은 미소를 건네며
작은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가장 겸허한 친구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감상평: ‘작은 노래’ 속에서도 비상의 꿈을 담은 시입니다. 겸허한 출발이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줍니다.

시인 프로필:

  • 이름: 이해인(1945~)
  • 대표작: 작은 노래,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2023학년도 한용운 「나의 꿈」 ―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나의 꿈' / 한용운

당신이 맑은 새벽에 나무 그늘 사이에서
산보할 때에 나의 꿈은 작은 별이 되어서
당신의 머리 위에 지키고 있겠습니다
당신이 여름날에 더위를 못 이기어
낮잠을 자거든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당신의 주위에 떠돌겠습니다
당신이 고요한 가을밤에 그윽히 앉아서
글을 볼 때에 나의 꿈은 귀뚜라미가 되어서
책상 밑에서 「귀뚤귀뚤」 울겠습니다

감상평: 한용운의 시는 자유와 영혼의 해방을 노래합니다. ‘맑은 바람’은 청춘의 순수한 열망과 세상을 향한 진정한 꿈을 상징합니다.

시인 프로필:

  • 이름: 한용운(1879~1944)
  • 대표작: 님의 침묵, 나의 꿈

2024학년도 양광모 「가장 넓은 길」 ―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가장 넓은 길' / 양광모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이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감상평: 시는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길을 잃지 말라는 격려입니다. 결국 진정한 길은 외부가 아닌 마음 안에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시인 프로필:

  • 이름: 양광모(1965~)
  • 대표작: 가장 넓은 길, 기다림의 강

2025학년도 곽의영 「하나뿐인 예쁜 딸아」 ―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하나뿐인 예쁜 딸아' - 곽의영

나는 너의 이름조차 아끼는 아빠
너의 이름 아래엔
행운의 날개가 펄럭인다

웃어서 저절로 얻어진
공주 천사라는 별명처럼
암 너는 천사로 세상에 온 내 딸

빗물 촉촉이 내려
토사 속에서
연둣빛 싹이 트는 봄처럼 너는 곱다

예쁜 나이, 예쁜 딸아
늘 그렇게 곱게 한 송이 꽃으로
시간을 꽁꽁 묶어 매고 살아라

너는 나에게 지상 최고의 기쁨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함박꽃 같은 내 딸아.

감상평: 아버지가 딸에게 전하는 따뜻한 응원의 시입니다. ‘넓은 세상’과 ‘큰 꿈’은 수능을 마주하는 모든 수험생을 향한 사회적 격려로 읽힙니다.

시인 프로필:

  • 이름: 곽의영(1954~)
  • 대표작: 하나뿐인 예쁜 딸아, 아버지의 편지

결론

역대 수능 필적확인문구는 단순한 한 줄의 문장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시의 언어입니다. 윤동주의 순수한 양심에서부터 나태주의 따뜻한 사랑, 이해인의 겸허한 비상, 양광모의 내면적 길에 이르기까지 — 이 모든 시구들은 수험생들에게 삶의 방향을 묻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이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시험이 끝나도 이 문장들은 계속 남아 각자의 인생 여정 속에서 다시 울려 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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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