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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시 모음, 이해인 외

by hanu4 2025.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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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시 모음, 이해인 외

무더운 열대야와 소낙비가 번갈아 몰려오는 8월은 계절의 중심에서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찰나를 품고 있습니다. 이번 '8월의 시모음' 글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서정시인들이 노래한 8월의 정취를 한데 모아, 원문 감상의 깊이를 살리되 작품 해설과 함께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8월의 시모음'의 각 시는 인용(>) 처리로 구분하여 원문을 보존했고, 이어지는 해설에서는 이미지와 상징, 배경지식, 감상 포인트를 분석했습니다.

8월의 시모음

시를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께서 8월의 햇살과 태풍, 그리고 청명한 하늘을 동시에 품은 이 계절을 더 다채롭게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해인 - 〈8월의 시〉

  • 출생·본명 : 1945년, 이순구(세례명 마리아)
  • 직업 : 가톨릭수녀·시인
  • 데뷔 : 197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 특징 : 맑은 서정과 신앙성이 결합한 작품 세계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번 바다에 가고 싶다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
선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다

작품 해설

  • 이미지 대비 : ‘하얀 빨래­태양’은 청결과 열정의 상호작용을 표현합니다.
  • 감각적 서술 : ‘향기로운 땀’이라는 후각·시각적 복합 이미지는 땀마저 긍정적 노래로 승화하는 태도를 암시합니다.
  • 서정적 메시지 : 수도자의 자기 성찰과 자연의 울림을 통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삶의 지향을 드러냅니다.

이정순 - 〈8월의 시〉

  • 출생 : 1939년 전북 임실
  • 경력 : 1961년 《경향신문》 등단, 전북문인협회 회장 역임
  • 문체 : 간결한 리듬과 일상성 강조

열대야에 밤새
불면의 밤은 길고도 길다

한낮 아스팔트
지면이 흐느적거리고

매미 소리만
울려 퍼지며 한여름
노래를 목이 터지라 부르고

문이란 문을
다 열어놔도 바람은
피서지로 떠난 것인가 보다

작품 해설

  • 도시적 여름 : ‘아스팔트 지면’과 ‘문이란 문’ 모티프가 열대야의 공허함을 극대화합니다.
  • 청각적 대비 : 매미 소리만 남은 장면은 고독한 도시인의 심상을 반영합니다.
  • 풍자성 : ‘바람은 피서지로 떠났다’는 의인화로 폭염 속 인간의 무력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냅니다.

오세영 - 〈8월의 시〉

  • 출생 : 1942년 전남 함평
  • 주요경력 :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 한국시인협회장
  • 문학사조 : 존재론적 성찰·자연친화적 상상력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 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숲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 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작품 해설

  • 순환적 시간관 : ‘가는 것과 오는 것’의 동시 존재를 통해 음양·생멸의 조화를 묘사합니다.
  • 초록과 단풍의 대비 : 계절 전환기의 애틋함을 강조하며, 독자에게 ‘쉼’의 필요성을 상기시킵니다.
  • 메타포 : 산행에 비유된 인생 여정은 8월을 ‘회귀적 사색’의 시기로 재정의합니다.

강현덕 - 〈8월 담쟁이〉

  • 출생 : 1960년 경북 포항
  • 수상 : 동서문학상·문학사상 신인상
  • 특징 : 미시적 대상을 통한 거시적 성찰

동그랗게 꿈을 말아 안으로 접을래
빠알간 흙벽 속으로 자꾸 말아 넣을래
다져서 쌓은 꿈들이 사방으로 터져도

작품 해설

  • 담쟁이 이미지 : 벽을 ‘감싸고 오르다’라는 생태학적 특성이 ‘꿈의 확장성’으로 전환됩니다.
  • 색채 대비 : ‘빠알간 흙벽’은 뜨거운 여름이자 생명의 토양을 상징합니다.
  • 단순 구조 : 반복과 생략으로 여백을 남겨 독자의 해석 참여를 유도합니다.

목필균 - 〈8월〉

  • 출생 : 1963년 전북 남원
  • 이력 :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세계 : 현실과 상상을 잇는 은유적 서사

누구의 입김이 저리 뜨거울까

불면의 열대야를
아파트촌 암내 난 고양이가
한 자락씩 끊어내며 울고

만삭의 몸을 푸는 달빛에
베란다 겹동백 무성한 잎새가
가지마다 꽃눈을 품는다

작품 해설

  • 서사적 전개 : 고양이의 울음과 동백의 꽃눈을 연결하여 도시·자연의 교차 서사를 형성합니다.
  • 상징성 : ‘만삭’ ‘꽃눈’은 잉태된 변화를 은유하며, 8월을 ‘다음 계절 준비기’로 설정합니다.
  • 감각 통합 : 냄새·소리·빛이 중첩되어 열대야의 박진감을 극대화합니다.

최영희 - 〈8월의 나무에게〉

  • 출생 : 1958년 강원 정선
  • 문단경력 : 1987년 《시와 의식》 등단, 강원문학상 수상
  • 특성 : 자연 대상과 자아를 병치한 시적 독백

한줄기 소낙비 지나고
나무가 예전에 나처럼 생각에 잠겨있다

8월의 나무야 하늘이 참 맑구나
철들지, 철들지 마라
그대로, 그대로 푸르러 있어라

내 모르겠다
매미소리는 왜, 저리도 애처롭노

작품 해설

  • 의인화 : ‘철들지 마라’는 나무이자 독자 자신을 향한 청유형 명령으로, 순수성의 보전을 강조합니다.
  • 청각적 여운 : 매미 울음의 ‘애처로움’은 여름 말기의 허무·쓸쓸함을 암시합니다.
  • 철학적 시선 : 자연을 거울 삼아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반문합니다.

마무리: 8월, 계절의 무대 뒤편을 들여다보다

이처럼 여섯 편의 시는 각기 다른 목소리로 8월을 그려냅니다. 이해인은 ‘청결과 열정’, 이정순은 ‘도시적 공허’, 오세영은 ‘순환의 철학’, 강현덕은 ‘성장하는 꿈’, 목필균은 ‘잉태된 변화’, 최영희는 ‘순수의 보존’을 이야기합니다. 시인들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은 결국 “여름의 절정에서 가을을 꿈꾸는 인간의 마음”입니다. 절박함 속의 노래, 뜨거움과 서늘함의 경계,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대한 자각이 8월을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이번 시 모음이 독자 여러분께 폭염 속에서도 서늘한 통찰과 정서적 위안을 선사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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